오랜만에 전시회나 가볼까 하던 차에 현대미술관에서 진행중인 '불온한 데이터'라는 전시회가 눈에 띄었어요. 때마침 현대미술관에서 5월 10~19일까지 무료관람을 실시한다고 해서 운이 좋게도 전시를 무료로 볼 수 있었는데요, 영상이나 설치작품 위주라 나름 볼거리도 많고 생각할거리도 많은 전시였어요~
무려 7월달까지 전시를 하기 때문에 못 보신 분들은 한 번 쯤 가보셔도 좋만한 전시인 것 같아요!
무려 7월달까지 전시를 하기 때문에 못 보신 분들은 한 번 쯤 가보셔도 좋만한 전시인 것 같아요!
현대미술관 - 불온한 데이터 전시
일부러 사람 피해서 찍었더니 좀 휑 해보이지만, 날이 좋아서 그런지 평일인데도 경복궁이랑 미술관에 사람들이 제법 많았어요. (미세먼지만 아니면 완벽했을텐데...)
일부러 도슨트 들으려고 정각에 갔는데, 물어보니 마침 4시에 도슨트를 시작한다고 해서 남는 시간에 주변을 좀 둘러보았어요.
정말 오랜만에 가서 그런지 미술관이 더 깔끔해졌고 분위기도 한 층 밝아진 듯한 느낌이었어요!
쉴 수 있는 공간도 많아진 것 같고 이런 설치 전시도 하고 있더라구요~
가까이 가보니 각종 냄비나 주전자,그릇들이었던..+_+!
여기저기 구경하다 전시를 보기 위해 지하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불온한 데이터>, MMCA서울 3·4 전시실, 2019.03.23~2019.07.28 |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의 삶은 과거의 그 어느 때보다 빅데이터,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의 첨단 기술과 밀접한 관계에 놓이게 되었다.
...우리의 사회는 개인을 일상부터 국가단위의 시스템까지 점차 데이터화되고 있으며, 사회 경제적 패러다임 또한 데이터의 진화를 기반으로 바뀌고 있다.
작가들은 데이터를 분류하고 체계화하여 예술 표현의 폭을 넓히거나,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창조적 공공재를 확장하는 방식을 모색한다. 또한 데이터 수집이 소수의 권력에게 독점되는 상황에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반권운적인 새로운 시스템을 탐색하는 탈중앙화를 시도한다.
불온한(형용사)
1. 온당하지 아니하다.
2. 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질이 있다.
<얼굴 무기화 세트> |
이 작품은 안면인식 기술로 탐지될 수 없는 무정형의 가면으로, 안면인식 기술이 보여주는 불평등에 저항한다.
이 가면들은 동성애자의 안면인식 데이터를 모아 성적 지향을 결정짓는 과학 연구에 대응하거나, 생체인식 기술은 피부색을 감지하지 못한다는 특징에 근거해 인종차별 문제, 그 밖에 페미니즘, 국경 보안 기술이 야기한 폭력과 민족주의를 다룬다. 또한 정치적 대표 집단의 지배적 형태를 거부하며 사회 운동에 활용되기도 한다.
핑크색은 성소수자, 검은색은 흑인, 회색은 멕시코인의 데이터를 합친 가면이라고 했었나 자세히 기억은 안 나는데, 처음엔 공포영화 '사일런트힐'에 나올법한 비주얼이라 좀 놀랐지만, 의미를 알고나니 굉장히 흥미롭게 보였어요.
권력기관은 분류와 보호를 목적으로 생체데이터를 수집하지만 그게 온전히 보호만을 위한건 아닐테죠. 정권 혹은 특정목적에 따라 자유를 제한하고 차별을 할 수 있을테니까요.
이 작품을 보니까 갑자기 예전에 논란이 되었던 기사들이 생각나더라구요~
(왼쪽) 구글 사진 서비스 알고리즘이 인물사진(흑인)을 '고릴라'로 분류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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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위 작품에서 말하고자하는 바와 약간 다를수도 있지만, 권력기관에서 수집한 정보가 특정 집단을 차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않나 싶어요.
아직 기술은 완벽함과 객관성 떨어지기에 데이터만으로 무언가를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또 허술한지도 다시금 생각해보게되는 작품이었네요~
<위상공간 360> |
작가는 쉴새 없이 움직이는 로봇 청소공을 우주 공간에 무리지어 나타나며 끊임없이 탄생과 소멸을 거듭하는 기본 입자에 비유한다. 작가에 따르면 이 입자들은 마치 우주의 문자처럼 무수히 다양한 조합을 이루며 은하의 거대한 역사까지 설명한다.
뭔가 SF영화에 나오는 로봇친구같은 느낌이라 귀여웠는데, 작품자체는 심오한? 의미였던..
(저 로봇 청소공은 실제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라네요.ㅎㅎ 탐난다~)
총 360개의 청소공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는데, 세로벽에 있는 모니터가 공들의 움직임과 궤적을 보여주고 있어요.
청소공 하나하나가 마치 지구에서 살고있는 우리의 모습 같았어요.
<나의 값어치는 이정도(자가평가 예술작품): 한국 버전> |
'엔도서'라는 데이터마이닝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자신의 가치를 숫자로 환산해서 보여주는 디지털 아트다. 작품에 설치된 웹카메라가 집계한 관람객 수 및 SNS, 작품 거래 사이트 종합 주가 지수인 FTSE 100에 작가와 작품명이 언급된 횟수를 실시간으로 반영하여 작품값이 네온으로 나타난다.
작가는 홍등가에 있는 여성들 위로 보이는 가격간판(?)을 보고 이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해요.
성별과 인종, 나이 등과 같은 여러 요소들이 작업에 포함되도록 프로그래밍하여 자신과 작품의 가치, 가격을 결정하는 조건들을 탐색하고 '나의 값어치'가 나타내는 값이 작품의 실제 가치와 갖는 연관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내포된 교환> |
작가가 개발한 생성 소프트웨어는 그가 사전에 결정한 모집단에서 두 가지 디자인을 취한 후,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모양과 패턴을 자동으로 만들도록 고안되었다.
예술가가 손으로 직접 제작해야만 하는 전통적인 예술 매체를 사용하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직접 프로그래밍하여 예측할 수 없는 미적 결과물을 생산해낸다.
<레프트 갤러리 설명자> |
레프트 갤러리는 다운로드가 가능한 파일 형태의 오브제를 제작 의뢰하고, 생산 및 판매하는 현대미술 갤러리로, 이는 블록체인으로 저장되며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로 구입이 가능하다. 이러한 새로운 개념의 가상 갤러리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미술 작품의 생산과 유통에 대한 미래적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작품도 이해하긴 힘들었지만, 대충 이해한 선에서 생각해 봤을 땐 개인적으론 저런 시스템이 주가 되기엔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수작업이나 정통적인 방식이 주는 감성영역(?)이 분명 존재하고, 저렇게 되면 뭐랄까..고유성도 떨어져서 과연 작가나 대중들이 저런 방식을 원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거든요.
또 블록체인은 투명하고 자유롭지만 마음만 먹으면 악용할 수도 있을것 같고 완전히 안전하지도 않은것 같아서 100% 동의하긴 어려웠습니다.ㅎ;;
<지상검증자료> |
<지상검증자료>는 이스라엘 네게브/나카브 사막의 북쪽 경계에서 발생한 베두인족의 강제이주와 폭력의 역사를 주목한다. 포렌식 아키텍처는 여러 단체와 지역민들의 협력으로 '시민 위성'을 만들어 항공 및 지상관측 사진 등 다양한 미디어를 이용해 데이터를 수집하여 영토 투쟁의 역사를 담았다.
저 작품은 실제 법정에서 베두인족이 오래전부터 그 땅에서 살아왔다는 증거로 쓰였다는데요, 포렌식 아키텍처는 이렇듯 비판적이고 면밀한 조사를 통해 공적 진리가 어떻게 새로운 형태의 국가 폭력에 맞서는 도구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합니다.
*포렌식 아키텍처: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에 기반을 둔 연구단체로, 건축가, 예술가, 기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과학자, 변호사 등 다양한 영역과 학문의 협력자들로 구성돼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움 알-히란에서의 살인>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
2017년 1월 18일 새벽 이스라엘 경찰은 팔레스타인 베두인족을 추방하기 위해 베두인 마을을 급습했다. 이 과정에서 베두인족 마을 주민인 알-키안과 이스라엘 경찰 에레즈 레비, 두 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 정부와 경찰은 알-키안이 "테러 공격"을 했기 때문에 사살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가 테러리스트 단체와 연계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포렌식 아키텍처는 알-키안이 받은 혐의를 면밀히 조사하여 이스라엘 정부와 경찰의 모순점을 드러내 진실을 밝히고자 했다.
위 사건을 조사한 전시 영상을 보니 이스라엘 경찰이 먼저 총을 쏴서 총에 맞은 알-키안이 차를 컨트롤할 수 없었고, 내리막길이라 의도치않게 경찰을 치게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포렌식 아키텍쳐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도중 차 사고보다 총 소리가 먼저 들린점을 발견하여 이를 바탕으로 더 면밀히 조사하고 현장검증을 하여 이스라엘 경찰들의 과잉대응을 밝혀내었다고 합니다.
데이터는 진실을 밝히는 열쇠가 되기도 하지만 이스라엘 경찰처럼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로 편집·가공하여 진실을 왜곡할 수 있는 도구로도 사용될 수 있으니 지금같은 정보화사회에서 더더욱 주체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여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룸바 01 & 02> |
자율주행로봇의 특징을 가진 로봇 청소기 룸바는 좌대 위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면서도 결코 그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최첨단 기능을 탑재한 가전제품이지만 비좁은 공간에서 계속 맴돌기만 하는 룸바의 모습은 급속한 경제 발전과 첨단 기술분야의 도약으로 빠르게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랐으나 사회 양극화와 세대격차 등 사회적 갈등 또한 심화되고 있는 중국 사회의 현주소를 암시한다.
작가도 중국분이셨어요.
도슨트님도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작품이라고 하셨는데, 친숙한 물건이라 그런가 다른 작품들보다 이해하기 쉬웠고 기발해서 저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밖에도
블록체인에 대해 설명하는 <블록체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영상작품과, 난해해서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었던 <밤의 조우>라는 설치+영상작품, 1970년대 코펜하겐 발렌스베크라는 도시에서 일어난 로봇 시민 이야기를 소개하는 <홍해의 그린 아일랜드>라는 영상작품이 있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자세히 둘러보지 못 했어요~ㅠ
<모든 데이터를 사람들에게> |
이동 경로, 거래와 관계가 끊임없이 등록되고 분석되는 세상에서 데이터에 접근한다는 것은 권력과도 같다.
수퍼플렉스는 이 작업을 통해 현재 우리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의 불균형, 즉 우리가 경험하는 힘에 대한 정보와 분배에 대한 권리, 그리고 데이터의 가치가 소수의 권력자들에게 집중되는 방식에 주목한다.
이 작품은 이 전시의 마지막 작품으로 전시장 밖에 설치되어 있었어요.
2014년 덴마크어로 처음으로 제작되어 이후 여러 나라의 언어로 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도슨트님께서 말씀하시길 'All Data to the People' 번역을 전문 번역가에게 맡기지 않고, 여러 일반인(한국인)들에게 한국어로 번역해달라고 메일을 보내서 가장 많이 답장 을 받은 번역을 썼다고 해요.
작가와 일반 대중(사람들)이 함께한 이번 전시의 정신(?)을 담은 작품이라 더 의미있는 것 같아요.
'불온한 데이터'는 올해 7월달까지 전시가 이어진다고 하니 기회되시는 분은 다녀와보시길 추천합니다.
원래 티켓값도 저렴하긴 하지만 마지막주 수요일 문화가있는 날이나 금토 야간개장 시간에 가면 무료로 볼 수 있으니 그때 다른 전시들도 함께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원래 티켓값도 저렴하긴 하지만 마지막주 수요일 문화가있는 날이나 금토 야간개장 시간에 가면 무료로 볼 수 있으니 그때 다른 전시들도 함께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데이터를 가공,소유,유통하는 주체는 누구이며, 어떠한 방식으로 그들이 가진 정보를 권력화하는 것인가, 데이터를 둘러싼 맹목적인 믿음, 또든 그 근거없는 불신과 위기감은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공공의 선에 기여하도록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과연 가능한 것인가.
불온한 데이터 포스터 |
불온한 데이터 전시 정보
- 기간: 2019.03.23~2019.07.28
- 장소: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 3,4 전시실)
- 작품수: 영상,설치,퍼포먼스 등 작품 11점
- 관람료: 4,000원
관람시간
- 월, 화, 수, 목, 일요일 10:00 ~ 18:00
- 금, 토요일: 10:00 ~ 21:00 (18:00 ~ 21:00 야간개장 무료관람)
- ※ 발권은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만 가능합니다
관람료
- 통합관람권은 4,000원입니다.
- 무료관람일은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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